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언론 보도

[2018.06.07 한겨레] 근심 걱정 뺏어가는 한강의 야경
07.02.2018
2243 07.02.2018

서강대교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태양이 어둠을 토해내고 사라지자, 한강을 가로지른 다리들과 강을 따라 줄지은 건물들이 앞다퉈 불을 켰다. 낮과 다른 한강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앞당겨 찾아온 더위 탓인지 지난 1일 한강공원에는 야경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둔치에는 텐트들이 빽빽하게 들어섰고, 한강을 따라 난 길에는 자전거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오갔고, 물길을 따라 신발을 벗고 맨발로 시원한 물속을 걷는 사람들도 보였다.

여의도한강공원으로 데이트를 온 대학생 임세준(20)씨와 윤미경(20)씨는 1일 물빛무대에서 펼쳐지는 ‘누워서 보는 콘서트’(눕콘) 공연을 관람했다. 한국방송(KBS)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너에게 닿기를’을 부른 가수 시우가 공연을 펼쳤다. 눕콘은 연인들과 가족들이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한강변 물빛광장에서 마치 안방에 있는 것처럼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 누워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연이다. 매주 금·토요일 저녁 7시부터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무료로 펼쳐진다. 임씨는 “한강에 오면 풍경이 아름답고 볼거리도 많다. 밤에도 도심 한가운데서 여자친구와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한강에 나오면 이처럼 야경과 함께 다양한 문화 공연을 즐길 수 있다.


1일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 물빛무대 주위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한강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 서울과 한강의 야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카페가 있다. 서울 시계 내 한강에는 27개의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에는 특색 있는 ‘전망쉼터’ 9개가 있다.

광진교 상판 바로 아래에 있는 ‘리버뷰 8번가’는 투명한 바닥창을 통해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어 한강에서 전망이 가장 뛰어난 장소로 손꼽힌다. 문화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공연장과 미술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로 꾸며졌다. 매주 금·토요일 저녁에는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는 ‘한강 로맨틱 콘서트’가 열리는데, 예비 신랑·신부들이 프러포즈 이벤트를 펼치는 로맨틱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러포즈 이벤트는 누리집(riverview8.c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잠실대교의 ‘리버뷰 봄’도 연인들을 위한 꽃 이벤트로 유명하고, 한남대교에는 자전거 테마 카페 ‘레인보우’도 있다. 동작대교에 있는 카페 ‘구름’과 ‘노을’은 한강 다리 카페 중 가장 높은 곳에서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양화대교 남단 양쪽에 카페 ‘아리따움 양화’와 ‘아리따움 선유’가 있고, 한남대교에는 카페 ‘리오’와 ‘노들’이 있다.

저녁 8시를 넘어서자 야간 자전거를 타려는 사람들이 자전거 대여소로 잇따라 모여들었다. 인천에서 온 곽규범(21·학생)씨는 “오후 3시께 와서 텐트를 빌려 쉬다가 푸드트럭에서 저녁을 먹었다”며 “사귄 지 100일 된 여자친구와 밤에 자전거를 빌려 탔는데, 야경이 너무 예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고 즐거워했다.

자전거로 만나는 한강의 야경은 즐겁고 활기차다. 한강 자전거 코스는 크게 난지한강공원~반포한강공원, 광나루한강공원~반포한강공원, 강서습지생태공원~난지한강공원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다. 거리는 모두 15㎞ 내외로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자전거는 대여소에서 빌릴 수 있는데, 1인용은 1시간에 3천원이고 2인용은 6천원이다.

난지한강공원~반포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망원한강공원을 지나 마포대교에 이르면 마포 해넘이 전망대에서 낙조와 밤섬, 여의도한강공원의 야경을 볼 수 있어 좋다. 광나루한강공원~반포한강공원길은 영동대교와 동호대교를 지나 한남대교를 거쳐 반포한강공원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강서습지생태공원~난지한강공원 자전거길은 각종 철새와 다양한 수풀을 볼 수 있다.

2일 반포한강공원도 밤 나들이 나온 가족이나 연인들로 붐볐다. 반포한강공원에서 한강 건너편을 바라보자 환하게 불을 밝힌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왔다. 밤 9시가 되자,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0여 개의 조명으로 물을 뿜을 때마다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길이 1140m인 달빛무지개분수는 2008년 11월 세계에서 제일 긴 분수로 인정받아 기네스북에 올랐다.

한강에는 난지 강변물놀이장분수와 거울분수, 선유도한강공원 월드컵분수, 여의도 물빛광장분수와 플로팅스테이지 수상분수, 반포 달빛무지개분수, 뚝섬 음악분수와 워터스크린 등 개성이 제각각인 분수 9개가 한강 야경의 멋을 더한다. 뚝섬한강공원의 음악분수, 여의도한강공원의 수상분수는 물줄기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영상이 어우러져 수상 멀티미디어쇼를 펼친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개 4월부터 10월까지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30분 간격으로 매회 20분간 화려한 분수쇼를 보여준다. 평일과 휴일에 따라 시간과 횟수는 차이가 있다.


반포한강공원으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반포대교 아래 달빛광장 근처 밤도깨비야시장을 구경하고 있다.
2일 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김태훈(40·용산구 보광동)씨는 “아파트에 있으면 답답하고 아이들이 뛰면 층간소음도 걱정되고 해서 나왔는데, 한강 야경은 여기가 제일 좋다”며 반포한강공원에서 바라보는 야경을 자랑했다.

한강 유람선을 타고 여유롭게 서울과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운치 있다. 여의도에서 반포대교를 왕복하는 크루즈는 매주 토요일 저녁 7시30분 출항한다. 선상 불꽃쇼와 라이브 뮤직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데, 예약을 해야 한다.

여름에는 한강공원에서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열린다. 9일 저녁 7시30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여의도한강공원 멀티플라자 이벤트광장에서 무료 공연 ‘별이 빛나는 밤’을 펼친다.

한강의 대표적인 도시문화축제인 한강몽땅축제도 7월20일부터 8월20일까지 한 달 동안 열린다. 3개 테마에 80여 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풍성한 여름 한강을 즐길 수 있다. 한강 야경을 즐기며 걷는 ‘2018 한강나이트워크42K’도 열려, 걷기와 야경을 한 방에 해결하기 좋다. 7월28일 저녁부터 29일 아침까지 무박 2일로 42㎞·25㎞·15㎞ 코스로 나눠 한강대교부터 광진교까지 11개 다리를 경유하며 한강 남북단의 다채로운 야경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1일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밤도깨비야시장인 월드나이트마켓이 열렸다.
한강의 야경을 구경하다가 출출할 때 찾는 곳이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다. 여의도 물빛광장의 월드나이트마켓, 반포 달빛광장의 낭만달빛마켓은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며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매주 금~토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친구·가족과 함께 모두 6명이 나들이를 나온 문현구(41·화곡동)씨는 “텐트를 치고 푸드트럭에서 사온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탁 트인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면, 운치도 있고 근심 걱정이 싹 가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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