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우수상인 인터뷰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우수상인인터뷰 11 - 멕시칼리 (1)
11.23.2020
4624 11.23.2020

2015년부터 이어진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은 이제 많은 시민들이 즐기는 서울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푸드트럭, 핸드메이드로 이루어진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참여 상단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주역이다.

트럭, 노점에서 창업의 꿈을 이루기까지,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 참여했던 상단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글 도깨비기자

 

 

멕시칼리 첫 번째 이야기

서울밤도깨비야시장 파일

멕시칼리 : 대표 홍예지, 장창환.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멕시칼리’란 이름의 푸드트럭을 운영했다.

현재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멕시코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타코, 타코랩, 케사디아, 나초가  주요 품목이다.

 

 

정통 멕시코의 맛, 멋, 열정

멕시코 요리는 흔한듯 흔치 않은 음식이다.

멕시칼리가 창업한 2017년에는 멕시코 요리를 하는 곳이 더욱 드물었다.

음식이 낯설다는 것은 한편으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지만 외면 받을 위험이 더 크다.

멕시칼리는 멕시코 북서부의 정통 타코 맛으로 그 위험을 기회로 바꾸었고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시작해 구의동 주택가로 옮긴 지금까지 조용히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1. 멕시코의 맛을 한국에 가져가자

 

도깨비기자(이하 도) : 식사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분주해 보인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나?

홍예지 대표(이하 홍) : 여기 시작할 때부터 따로 두지 않았다. 손님이 몰릴 때는 점심시간이 지나서까지 줄 서서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 멀리 수원에서도 오신다. 그분들 입장을 생각하니 휴게 시간을 따로 못 두겠더라. 처음에는 휴무일도 없었다. 아침 7~8시에 나와 준비를 시작하고 하루종일 쉴새 없이 일하다보니 적당한 휴식도 필요하겠다 싶었다. 장창환 대표가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월요일은 휴무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 동업하게 되었나?

: 멕시코에서 만났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이다. 부부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직은 아니다.(웃음) 우리는 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미국과 호주에서 각자 유학하다가 2016년에 한국  기업의 멕시코법인에 입사하면서 알게 됐다. 재무팀과 기획팀에서 일했는데 입사동기로 친하게 지냈고 사내연애를 하다 2017년부터 동업자가 됐다.

 

도 : 대기업의 해외 법인을 1년 만에 그만두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장창환 대표(이하 장) : 공부하면서 상상했던 것과 실제 회사생활은 달랐다.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포기하거나 외면해야 하는 것들도 많고. 회사라는 곳에 회의를 느끼던 차에 창업을 꿈꿨다. 일단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컸다.

: 멕시코에 가기 전에 미국에서 10년 정도 살면서 타코를 종종 먹었는데 멕시코에 와서 먹어본 타코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한국에는 지금도 멕시코 음식 전문점이 많지 않지만 그땐 더욱 적었다. 간혹 타코를 파는 곳이 있어도 우리가 현지에서 먹어본 맛은 아니었다. 멕시코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한국에 가져가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다.

 

도 : 타코 제대로 만드는 법을 배웠나?

: 현지 음식점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셰프들한테 물어가며 배웠다. 주위에 있던 멕시코 사람들에게 살사소스는 어떻게 만드냐고 묻기도 했다. 타코가 멕시코에선 워낙 많이 먹는 음식이라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아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많다. 한국 어머니들이 손맛으로 만드는 한식처럼, 현지인이 만들어 먹는 타코를 배우고 그 맛대로 만들려고 연습했다.

 

: 멕시칼리가 맛을 내는 비결은 무엇인가?

: 음식을 만들 때 파는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든 요소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 토르티야를 굽는 반죽, 소스 하나까지 모두 우리 레시피로 만든다. 기성품보다 비용도 더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우리가 원하는 맛을 정확히 구현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 우리가 만드는 멕시코 음식은 정확히는 멕시칼리라는 도시, 멕시코 북서부 지방의 음식이다. 한식도 지역마다 조리법이나 맛이 다르듯 타코 역시 지역색이 있다. 중부 음식이 묵직하다면 멕시칼리는 채소를 많이 사용하고 신선한 맛이 두드러진다. 가게 인지도가 높아지니 소문 듣고 찾아오는 분들이 늘었는데 본인이 아는 멕시코 스타일과 다르다며 뭐라 하시는 경우가 있다. 멕시코 전체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한 지역의 맛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참여 계기는?

: 아이템은 자신 있는데 자본이 부족했다. 이것저것 궁리하다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위험 부담도 적은 푸드트럭을 떠올렸다. 2017년 여름에 귀국해서 바로 트럭을 알아봤다. 그때 이미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 잘 되고 있어서 푸드트럭으로 창업하는 사람들 모두가 참여하고 싶어하는 상황이었다.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마켓에 신청서를 낸 게 다행히 통과되어 합류할 수 있었다.

 

: 음식 외에 크리스마스마켓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한 게 있었나?

: 8월부터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의 푸드트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둘다 푸드트럭이 처음이니 일하면서 배우자고 생각했다. 트럭 안에서 주문 받고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모든 과정을 보고 싶었다. 스테이크로 유명한 푸드트럭에서 일했는데 단기간에 정말 많은 경험을 쌓았다.

 

: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점은?

: 음식만 잘 만들어 팔면 되는줄 알았는데 막상 푸드트럭에서 일해보니 생각하던 것과는 많은 게 달랐다. 예를 들면 트럭에서 일하기 전에는 조리 과정과 공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트럭에서 조리하기 전에 어느 단계까지 미리 준비해놔야 하는지, 밑작업을 위한 공간은 어디에 어느 정도 규모로 마련할 건지, 트럭에서는 조리와 서빙을 위한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직접 경험하기 전엔 생각 못한 것들이다. 아르바이트로 미리 겪어봤기 때문에 우리 트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시행착오를 그나마 줄일 수 있었던 것 같다.

 

: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는 몇 품목을 판매했고 사전 준비는 어떻게 했나?

: 타코, 타코랩, 나초를 팔았다. 타코는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각각 들어간 것 두 종류다. 토르티야와 토핑 재료들을 작업실에서 미리 만들어서 소분해뒀다. 트럭에서는 고기를 굽고 토르티야를 데워서 토핑 후 바로 내는 방식으로 조리 시간을 최대한 줄였다. 한 시간에 100건 정도 주문을 받다 보니 점점 일이 손에 익고 요령이 생겼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은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들이 꿈을 펼치기 좋은 무대이고 성과와 경험을 모두 쌓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멕시칼리 두 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