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언론 보도

[2017.04.06. 독서신문] [핫 플레이스] 밤에만 즐기는 맛과 향, 서울밤도깨비야시장
07.13.2017
2078 07.13.2017

[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밤이면 열렸다가 아침이면 사라지는 도깨비 같은 시장, ‘2017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 지난 3월 24일부터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15년 시범사업, 2016년 상설화를 거쳐 올해는 여의도한강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청계천, 반포한강공원 등 서울 전역에서 진행된다. 지난해 330만명이 즐길 정도로 ‘핫’했던 야시장은 올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시민들을 찾아왔다. 

여의도, 반포, 동대문에서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청계천에서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다. 전 세계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한 푸드트럭과 전국에서 모여든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시장을 꾸민다. 올해는 약 150여대의 푸드트럭과 200팀 이상의 핸드메이드 셀러가 참여해 일정 기간별로 각 시장을 순환한다. 지난해 야시장 운영결과, 장소별로 발생한 매출 편차를 해결하기 위해 4개조로 나눠 3~4주 간격으로 이동하게 된다. 

올해는 ‘오색오감’을 콘셉트로 해 시장마다 색다른 재미를 준다. 여의도 월드리버마켓에서는 아름다운 한강의 야경과 어울리는 버스킹 공연, 아시아, 유럽, 남미 전통 공연을 보며 한강에서 하룻밤의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청춘런웨이마켓에서는 흥겨운 DJ 공연과 패션쇼가 열려 가장 뜨겁고 열정 넘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청계천 타임슬립마켓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야시장이, 반포 낭만달빛마켓에서는 빛을 이용한 다양한 이벤트와 재즈, 어쿠스틱 등 로맨틱한 공연이 무지개분수 아래서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청계광장에서는 5, 8, 9, 10월 시즌별로 3일간 블링 마켓이 열려 다채로운 이벤트로 채워질 예정이다. 

지난 3월 25일 찾은 반포 낭만달빛마켓과 여의도 월드리버마켓은 새롭게 바뀐 야시장의 음식과 공연, 제품을 구경하기 위한 이들로 북적였다. 인기 있는 푸드트럭의 줄은 시간이 갈수록 길어졌고, 손님들은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2시간씩 기다리는 것을 감수했다. 연인, 친구들과 함께 야시장을 찾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각자 다른 트럭에 줄을 서 음식을 산 뒤 만나는 광경도 벌어졌다. 중간에 줄을 이탈할 수 없다 보니 인형, 목공예품, 가죽제품 등 예쁜 핸드메이드 제품을 마음껏 구경할 수 없는 점 또한 아쉬웠다. 

상인들도 손님들에게 원하는 만큼 빠르게 음식을 대접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한 상인은 “혼자 음식도 만들고 계산도 하다 보니, 많은 시간 기다리게 해 드렸다. 공짜로 대접해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하다”며 “만반의 준비를 해서 다음부터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상인도 “예상보다 많은 분이 야시장을 찾아 주셨다. 줄이 워낙 길다 보니 기다리시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퍼포먼스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현장품평을 통해 선정된 150여대의 푸드트럭 중 가장 많은 42대가 배치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만나볼 수 있었다. 캄보디아의 패션 요거트와 주스, 멕시코의 치폴레 타코와 치미창가, 와사비·오렌지·칵테일 소스를 곁들인 쉬림프 컵, 새우·돼지고기·양파·파를 간장과 고추장에 버무린 볶음면, 인도의 난과 커리, 한국의 불닭발과 주먹밥 등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져 후각을 자극했다. 

그중 쿠바 샌드위치와 하바나 샌드위치로 많은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은 ‘Little Havana’의 김민환 사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금요일에 100인분을 준비해서 시작했다. 3~4월에는 야시장이 많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조금만 준비했는데 예상보다 많이 와주셨다. 오늘은 200인분을 준비해 와서 팔고 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IT 회사에서 나와 지난해부터 푸드트럭을 시작하게 된 그는 “야시장만 보고 달려왔다”며 “제가 음식을 준비할 때 즐거운 것처럼, 손님들도 음식을 드실 때 즐거우셨으면 한다. ‘Little Havana’의 모토도 ‘Enjoy Moment, Enjoy Cubanos’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영감을 받아 푸드트럭 메뉴로 선택한 샌드위치 가격은 6000~8000원대다. 

반포 한강공원에서 만난 ‘두 남자의 69 Steak’의 채현석 이사도 푸드트럭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줬다. 그들은 “고기도 잘 생긴 남자가 구워야 맛있다”며 냉장 부채살을 이용한 소고기 스테이크 150g(9900원)과 300g(더블, 15900원), 그리고 스테이크 샐러드(6900원)를 선보이고 있다. 채 이사는 “500인분을 준비해서 400인분을 팔았다. 다른 푸드트럭보다 상당히 많이 팔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고기를 더 잘 숙성해서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하겠다. 오실 때마다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푸드트럭계의 신흥강자, 아이돌 같은 느낌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열정과 함께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의 열기 또한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29일까지 매주 금, 토, 일요일 진행되므로 여러 번 방문해 후회 없이 맛있는 음식들을 맛볼 것을 추천한다. 또, 핸드메이드 숍에서는 수제 팔찌, 에코백, 양초, 미니자석화분, 드림캐쳐 등을 구경할 수 있고 캐리커처를 하는 텐트도 마련돼 있다. 감미로운 버스킹 공연들은 덤이다. 다만, 4월까지는 쌀쌀한 날씨에 대비해 담요를 챙기거나 옷을 두툼하게 입어야 할 것이다.

 

이정윤 [jylee939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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